라면의 물의 양에 대한 고찰

농심라면과 다른 라면의 엄청난 차이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라면을 끓이는 설명에 있다. 농심라면의 경우

물 I ml (R컵 정도)를 끓인 후 면과 A[]를 넣고 J분간...

같은 형태로 쓰여있는 반면, 삼양과 팔도 제품의 경우는

끓는 물 I ml (T 컵으로 R컵)에 면과 스프를 넣고 약 J분간...

단, 삼양라면은 I ml라는 물의 양에 정도라는 말이 들어간다. 반면 대관령 김치라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최근에 출시된 꼬꼬면도 마찬가지.

일요일 저녁에 갑작스럽게 배가 고파져서, 때마침 집에 있었던 삼양 대관령 김치라면을 꺼내서 끓이려고 뒤를 본 순간 머리가 갑자기 아파왔는데, 그건 바로 이 설명 때문이었다.

  1. 끓는 물 550ml (종이컵 3컵)에 면과 스프를 넣고 양 4분간 더 끓이면 김치라면 특유의 얼큰하고 개운한 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2. 기호에 따라 김치, 계란, 마늘, 파 등을 넣어 드시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문제

나를 고통스럽게 한 사실은, 끓는 물을 정확하게 550ml 정해 놓았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이유인 즉슨, 아무리 머리를 써도 정확하게 끓는물 550ml에 재료를 넣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이다. 농심 라면은 최초 물의 양을 갖고 어쨋거나 끓는 시점에 넣으면 된다는 것과는 대조된다.

물을 550ml 끓이게 되면 당연히 550ml 보다 적어질 것이고, 그 이상 넣고 끓이게 될 경우 증발율을 고려하여 넣는 타이밍이 정해져 있기 때문인데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설명서가 되어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물온도/기압/습도가 모두 기계로 인하여 정확하게 관리되고 있는 시설에서 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환경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물의 증발율이라는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일정하기 않기 때문에 쿠킹타이머로 정확히 몇 초를 끓인 다음에 넣으면 된다라는 것도 상수로 정해지지 않은것도 문제. 아래가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른 변수들.

  1. 용기에 담긴 물의 표면적 (즉, 용기의 면적)
  2. 실험 장소의 습도
  3. 실험 장소의 온도
  4. 가열 기구의 열 전달 안정성
  5. 용기의 열 전달 효율
  6. 실험 장소의 공기의 흐름

이 중 1, 2, 3은 완벽하게 제어가 가능한 환경이 아닌 이상은 가변성이 높은 변수가 되는데, 물을 끓일때 가스 불을 켜는 시점에서 온도가 변화하고, 물이 끓어서 증발하면그 근방의 습도가 변화하고, 보글보글 끓을때 기포로 인해서 표면 성질이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이다.

5는 실내에서 한다는 가정하에서 어느 정도는 일정하게 유지가 가능하나 환풍기 등의 변수가 있다. 4는 아마도 IH같은 가열 기구를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것 같고 5는 열에 의하여 성질이 변화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매번 같은 냄비를 사용하면 된다.

조금 검색을 해본 결과, Irving Langumuir이라는 사람이 이전에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공식을 도출하였다고 한다.

// 주류 브라우저의 MathML 지원이 개판이라 어쩔 수 없이...
손실율 / 표면적 = (증기압 - 부분기압) * sqrt(원자무게 / (2 * PI * 8.314 [기체상수] * T))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여기서 증기압은 0.96이고 부분기압은 0.8으로 가정하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1sqm의 표면적을 갖는 용기에서 물을 끓이게 되면 대략 1100ml/sec 분의 물이 증발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상대수치로 계산을 해보았는데 너무 터무니 없이 높아 일단은 신뢰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 공식대로라면 끓는 시점에서 1분 이내로 모든 물이 증발해야 한다.)

해당 내용을 쓴 사람에 의하면 이 책에 나온 내용이라고 한다.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배가 너무 고파져서 급한대로 565ml의 물을 갖고 대충 끓여서 먹고 다시 생각을 해보기로 하였다. 여기서 15ml의 여분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며, 단순한 감으로 더 넣은 것일 뿐이며, 실제로 실험 결과를 보니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듯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실험

그래서 빠른 식사를 마치고 초등학교 탐구생활 방학 숙제 수준의 실험을 해보았다. 딱히 의미가 있는건 아니고 그저 호기심에서. 체계적으로 하기에는 기구가 부족하고 그 이외에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딱히 의미가 있는 실험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우니 그냥 재미로 읽고 지나가면 될 내용이다.

  1. 실내온도: 섭씨 26도
  2. 실내습도: 약 32%
  3. 가열기구: 일반적인 린나이 가스렌지, 최대 화력
  4. 가열용기: 지름 16cm Ingenio 냄비 (이 세트에서 가장 작은 냄비이다.)
  5. 증발율 관련 변수: 뚜껑 개방 (뚜껑에 모양, 재질, 개방량에 따라 증발 방지율과 응축률, 응축된 액체가 용기에 반환되는 양의 난수성을 고려하여 개방하였다.)
  6. 기압 관련 변수: 주방 환풍기 사용
  7. 액체량: 600ml
  8. 실험시간: 7분
  9. 해발고도: 17m

총 실험 시간은 420초간 이루어졌으며, 표면에서 증발하는것이 처음 관찰된 시점은 157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보글보글 끓는것은 208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208초 지점 이후의 증방율은 환풍기가 효과적으로 수증기를 흡수한다는 가정하에서 일정할 것으로 추정된다.

  • 420초가 지난 시점에 냄비에 남아있던 물의 양은 440ml 이었다.
  • 그에 따라 상기 조건에서 증발이 시작한 시점부터 실험 종료까지의 평균 증발율은 1.67ml/secondê°€ 된다.
  • 단 여기서 157초와 208ì´ˆ 사이의 구간은 증발율이 증가를 하므로, 총 실험 시간을 감안하였을때 1.67ml/second 보다 낮다.
  • 이에 따라 100ml까지는 초과를 해도 위 구간에 포함이 되는 만큼 증발율이 1.67ml/second 보다 낮다고 가정을 하고 끓이는 시간을 잡아야 한다.
  • 157초부터 208ì´ˆ 사이 구간을 정확하게 그래프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짧은 시간에 550ml에 근접한 물의 양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으나, 여기까지는 귀찮아서 생략하였다.
  • 마지막으로, 먼저 끓인 라면의 물 양이 565ml였고, 4분을 끓인 상황이니 대충 계산을 해본 ê²°ê³¼ 최악의 경우 426ml의 물에 끓여먹은것이 되는데, 이는 권장량에서 124ml 까지 모자란 물의 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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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자 기준 (2014년 5월 11일) 약 550ml의 끓는 물을 요구하는 라면을 안전하게 끓이는 방법은 700ml의 물을 갖고 시작하여, 246초를 끓이면 된다.
  2. 농심 라면의 설명은 상온의 물을 기준으로 설명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양의 물을 요구하는 만큼, 실제로 그렇게 끓이면 예상보다 간이 약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1은 매일 변화될 수 여지가 농후하고, 2는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이에 따라 단순히 삼양과 팔도에서 나오는 설명서가 쓰레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일요일 저녁에는 가급적이면 이런짓을 안하게 뭐라도 약속을 잡는것이 좋다.

2와 3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이후 각 스프의 염도와 무게를 갖고 실험을 해볼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실제로 삼양이나 팔도 제품이 스프의 염도가 더 높다면 불친절하기 그지없지만 그들의 설명이 맞고, 내 추정이 틀리다는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오뚜기와 빙그레는 보유하고 샘플이 없어, 설명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