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dio


Random ramblings of a anonymous software engineer. Contains occasional profanity. Personal opinions, not related to employer.


또 하나의 브라우저 엔진이 없어졌다

개인적인 입장의 글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표준화 단체, 고용주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Microsoft에서 지지난주에 Internet Explorer의 후속으로 개발하던 브라우저 Edge의 (코드명: Spartan)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Chromium기반의 브라우저로 새로이 내놓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소문은 그 이전에 돌기 시작하였는데, 이게 발표되고 나서 충격이 컸던건 사실이다.

전 직장이었던 Opera의 Presto엔진 개발 중단에 이어, 두번째 대형 엔진의 개발 포기 소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소속 되어있는 Technical Architecture Group에서도 의견이 많이 나뉜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단기적으로 보았을때는 컨텐츠 개발 편의성에 측면에서는 좋은 소식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좋으 소식이라고 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Edge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브라우저 엔지니어링을 8.5년 해본 입장에서 봤을때는 굉장히 잘 만든 브라우저라고 생각해서 더욱 안타깝고, 나아가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주제에 대해 Andre Garzia씨가 쓴 글을 인용하면, 브라우저 엔진이 없어지는것은 세상에 언어가 없어지는것과 같다는 표현을 한다. 사실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적절한 예를 든 것 같다. 모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면,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편할 수 있으나 단일 문화가 정착되는 시점에서 그게 당연시되고, 그 당연시 됨에 따라 사실상 새로운 언어, 아울러 소수 언어가 소외되는 현상이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IE가 시장 주도권을 가졌던 시절 상당수 컨텐츠가 IE만을 지원했었다. 비주류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윈도우와 IE를 병행해서 사용해야만 했다. (공고롭게도, 지금도 이렇게 해야하는 사이트가 남아있다.) 시장은 비주류 브라우저에게 혹독한 현실이었고, 회사에서 그러한 브라우저들 지원을 한다고 하면 [1] 보통 시간 낭비한다는 소리를 듣곤 하였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여러 사람이 열정적으로 합심하여 지금의 새로운 HTML로 표준화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덕분에 플래시나 기타 플러그인에 의존하던 컨텐츠 대부분이 지금은 표준 기술만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잘 돌아가고 있고, 어느 브라우저를 사용하든 [2] 대부분의 웹 서비스 기능은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나 싶더니 이런 일이 생겨버린건 결코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Chromium이 주류 브라우저가 된 지금, 이미 이러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가 그런 현상이 심한 편인데, 모노컬쳐를 조장하는 행위다. 이미 엎질러진 물, [3] 이제는 컨텐츠 개발자들이 웹을 지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닭과 달걀의 문제로 보일 수 있겠지만, 유저 이전에 컨텐츠가 있다. 컨텐츠가 없는 웹 브라우저는 그저 about:blank가 담긴 창이니. 그러니 여러 사람이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웹이라는 사회의 균형이 더 무너지지는 않게 모두가 신경을 써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는 새로운 브라우저 엔진이 나오기에 웹은 너무 기능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무너지면 IE 독점 시장 시절과 같은 빙하기를 다시 한번, 이번에는 더욱 길게 경험하게 될꺼라는걸 잊지 말고 [4] 호환성을 지켜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1. 사실 나의 경우에는 넷스케이프 호환성을 맞출 수 있다는 이유로 틈새 시장의 이득을 보고, 그러한 잡기술이 바탕이 되어 결국 브라우저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건 특수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2. 단, 국내 정부 관련 서비스나 금융권은 특수 케이스로 예외로 치자. 이것 관련해서는 쓰던 글이 있었는데 시간이 되면 마저 썰을 푸는걸로.
  3. Chromium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이지만, 관리 체계가 상당히 특이하다. 현재 구조에는 개선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시간이 허락할때 따로 생각을 좀 정리해볼 예정이다.
  4. 특히, 요새는 Polyfill들이 잘 나오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주면 이게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Polyfill.io 같은 서비스를 쓰면 브라우저 버전에 맞는 Polyfill을 내려주니 이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자.